신조협려와 올랜도 블룸을 연상시키는 루크 에반스의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
드라큘라 영화는 뱀파이어 문학의 고전이자 정통이며 공포영화의 상징이었다. 그런 공포영화의 정통성을 자랑하는 드라큘라가 액션 판타지라는 요상한 타이틀로 2014년 가을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 영화 그냥 넘어가주시면 당연히 안될듯 하여 심야에 메가박스로 돌진하여 보고 왔다.
총평을 먼저 하자면,
빠른 진행과 속도감으로 영화가 후딱 끝났다는 느낌이다.
아주 특별한 액션은 없으나 지루하진 않다.
끝에서 몰려오는 허무와 상실에 아주 살짝 맥이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 ★★★★☆
내가 생각하는 무협은 정(사랑), 복수나 서사, 추리의 3가지 장르로 나뉜다. 이 세가지 장르 중 신조협려의 장르를 꼽으라면 나는 아직도 주저하지 않고 정을 꼽는다. 사조영웅전의 20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 신조협려는 양과와 소용녀 이야기로 사조영웅전의 속편에 해당하기도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양과와 소용녀는 진실한 사랑을 키워나가며 갖은 이별과 고난을 헤쳐나간다는 이야기인데, 작품속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이막수의 애창곡 조기매피당(“정이란 무엇이관데 생사를 가름하느뇨?”)이 이 작품을 압축하고 있다. 이막수는 사랑에 실패해서 삐뚫어진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주인공인 드라큘라 대공과 그의 부인 미레나 이들 역시 마치 신조협려의 양과와 소용녀 처럼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을 갈구하고 소망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힘.
그리고 건드리면 안되는 힘. 결국 승자는 누구 였을까 ?
“정이란 무엇이관데 생사를 가늠하느뇨 ?” 왜 사랑때문에 종교도 그 어떤 윤리도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 ? 그게 인간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맞기는 한것일까 ?
나는 드라큘라에서 신조협려의 한 단면을 들여다 본듯 했다.
내가 외국인들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겠지만 이 영화에서의 루크 에반스는 마치 킹덤 오브 헤븐에서의 올랜도 블룸의 모습과 똑같아 보인다. 표정, 인상 등을 포함한 그의 프로포션 모두가 올랜도 블룸과 똑같아 보여서 놀랐다. 완전히 다른 영화지만 둘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서 같은 사람인것 마냥 오버랩이 되는 느낌이 괜찮다. 위의 두장의 사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설마 나 뿐인 것은 아니겠지 ?!!
내가 봤던 드라큘라 영화 중 기억하는 백미는 1992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였다. 게리 올드만과 위노나 라이더의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였는데, 뛰어난 의상과 미술연출 등은 가히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던 작품이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좋아하는 영화 목록에 올릴수 있는 유일한 영화 였는데, 이런 공포영화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스토리를 가지고 액션 판타지라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재미있다. 기존의 틀을 깨고 나름 열심히 각색을 했다고 생각된다.
좀 빨리 끝난듯하는 허무감이 밀려오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가 쉽고 일관된 아주 우직하고 굵은 스토리를 표방하는 점은 오히려 마음에 들기도 하다. 이제 기존의 고정된 스토리들도 그 틀을 깨고 장르의 국경을 넘어 크로스오버 바람이 부는 것 같다.